뮌헨에 도착하고 나서 하루를 지낸 후 기숙사 입사 전까지 로잔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래서 어떻게 가면 좋을까 고민을 했는데... 2가지 방법이 있었다.
1. 비행기 : 뮌헨 - 제네바 - 로잔 - 제네바 - 뮌헨
이 방법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 늦게 알아보기 시작한 탓인지 요금이 너무 비쌌다. 게다가 공항까지 가는 전철 요금도 문제였고, 제네바에 도착한 후 다시 기차를 타고 로잔까지 가야하며, 그 요금 또한 비싸다. 그리고 실질적인 이동 시간이 거의 5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 포기...
로잔에 공항이 있다고는 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민간 공항이 아니었다ㅠ 그냥 경비행기 정도 수용할 정도의 공항인 것 같았다...
2. 기차 : 뮌헨 - 로잔 - 뮌헨
기차는 한번 가는데에 7시간이 조금 안되는 정도의 시간을 가야했다. 실질 이동시간은 약 7시간 30분 정도.
유럽의 기차 시스템도 이용해볼겸, 바깥 풍경도 구겸할겸, 가격도 좀 더 싸고... 해서 기차를 타게 되었다.
하지만 로잔까지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최소 1번의 환승을 해야했는데, 갈 때는 3번이나 환승해야했다.
고속철로를 통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서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기차를 탄다는 것 때문에 기차로 결정했다.
27/03/2013
ICE 598
10:28 München Hbf
11:49 Ulm Hbf
IRE 3356
12:05 Ulm Hbf
14:14 Schaffhausen
IC 185
14:18 Schaffhausen
14:55 Zürich HB
IC 1528
15:04 Zürich HB
17:15 Lausanne
RE 3777
14:39 Schaffhausen
15:21 Zürich HB
IC 728
15:32 Zürich HB
17:40 Laus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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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출발.

10시 28분 기차라서 1시간 정도 여유 잡고 나와서 뮌헨역에 도착해서 기차에 탔다. ICE였는데, 조금 설레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쉼없이 자기가 가야할 곳을 향해 빠르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뭔가 웃기지만ㅋㅋ) 무튼 기차에 탔는데, 자리를 어디에 앉아야 되나 몰라서 좀 헤매기도 했고... 좌석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적혀있는게 아니라면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고 했던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나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좌석은 생각보다 안락했다. KTX보다도 좌석이 넓었고, 4인 좌석도 자연스럽게 있었고, 역방향 순방향이 자연스럽게 섞여있었다. 생각해보니 유럽은 터미널형 기차역이 많기도 하고, 기차의 방향이 바뀔 일이 많아서 그런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유로운듯 했다. 우리나라처럼 한 여정에서는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대부분인 환경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좌석에 콘센트도 잘 설치되어 있었는데, 절연구간이나 고속선 전환 구간에서 전력공급에 끊김이 없었다. 우리나라 열차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역시 독일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도 이건 ICE에만 적용되는 듯 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절연구간 같은 곳에서 전원이 끊겨서 노트북이 꺼졌다...ㅠ)
표를 확인하는 것도 특이했다. 인터넷 티켓이라서 바코드에 뭘 찍어보고, 내 신용카드를 확인했다. 그리고 티켓에 도장 같은걸 찍어줬다.
속도는 200km/h를 조금 넘다가 그 이후엔 그냥 100km/h대를 유지했다. 49분에 도착한다길래 여유있게 준비하려다가 46분에 도착하는 바람에 노트북으로 써야할 글들을 쓰다가 얼른 정리하고 내렸다.
역에서 환승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음 열차 출발까지 20분 정도 여유도 있었고, 환승통로가 길거나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샤프하우젠에서 열차가 와서 드디어 열차를 탔다. 그런데 열차를 타자마자 든 생각은 약간 무궁화호 느낌이었다. KTX를 타다가 갑자기 무궁화호를 탄 느낌이라 좌석의 모습이나 객실 내부가 너무도 초라해보였다. 이렇게 2시간을 어떻게 가나 좀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 그렇게 크게 나쁘지 않았다. 사실 ICE를 탔어도 그렇게 고속으로 달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속도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기차는 생각보다 거의 가득 찼고, 옆옆 자리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앉아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나 같은 경우엔 스위스까지 가기 위해서 타는 기차인데... 다들 어디를 가기 위해 이 기차를 타는걸까 생각도 하며 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역에서 내리고 탔다. 나는 그냥 멀리 가기 위해서 타는 거였는데.. 여기에 사는 사람들에겐 어찌보면 기차가 생활의 일부이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어떤 낭만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교통수단일 뿐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뭔가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가는 도중에는 이렇게 엄청 큰 호수의 모습도 여러번 보였다. 처음에는 와 바다다!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호수라는 걸 자각했다. 한국에서는 이런 규모의 호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뭔가 호수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다는 것도 낭만적이었고 멋졌다.



아까 옆옆 자리에 앉았다던 한국인과 그 앞에 계시는 어떤 분...의 모습.
사실 창문 밖 풍경이 내가 보는쪽과 완전히 달라서 뭔가 멋있는 그림을 기대하고 찍었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한쪽은 산이고, 반대쪽은 물이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기차가 10분 가량 지연되고 있었다. 샤프하우젠 역에서 4분만에 환승을 해야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하나 기차 안에서 계속 발만 동동 굴렀다.
그렇게 샤프하우젠 역에 정확히 10분이 지연된 상태로 도착했다. 일부러 우리 열차를 기다려주진 않았을까 기대하며 찾아봤지만 열차는 없었고... 이미 떠난듯 했다.
샤프하우젠은 독일에서 스위스로 국경을 막 넘은지 얼마 안되는 곳에 위치한 역이다. 안 그래도 독일에서도 독일어를 잘 못해서 말이 안 통하는데... 스위스에서는 프랑스어를 하는 사람도 많고 해서 대체 여기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나 고민했다ㅠ 역에 있는 작은 점포에서 물건을 파시는 아주머니께 영어를 하실 줄 아냐고 물어봤더니 못한다고 하고.. 당황해서 일단 취리히로 가는 다음 열차가 있는 플랫폼에 올라갔다. 약 10분 후에 출발하는 열차였다. 그냥 타도 되나 싶어서 탈까 했지만... 왠지 그냥 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역에 있는 인포센터 같은 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에도 어디에 있다는 정확한 안내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잠깐 역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아 이곳이 스위스구나.. 이렇게 스위스 아니 샤프하우젠 구경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했으나 얼른 찾으러 갔다. 역에 티켓 파는 곳 같은 곳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줄이 길었다ㅠ 나는 얼른 해야하는데... 어떡하나... 생각하며 말이 통한다면 앞사람들한테 말해서 먼저 해도 되냐고 할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던 찰나..
저 앞에 DB라고 써있는 게 보였다. 독일에서 기차표를 산 사람은 저기로 오면 된다는건가? 싶어서 가서 열차가 지연되어서 다음 열차를 놓쳤다라는 얘기를 하니 바로 다음 열차를 검색해서 종이를 뽑아주었다. 다음 열차가 4분 안에 출발한다고 서두르라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캐리어를 끌며 얼른 뛰어서 아까 봤던 다음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샤프하우젠 역ㅋㅋ
그리고 기차를 통해 가던 길의 풍경들.
독일 주변에선 눈이 오다가 그 이후에는 눈도 잘 안 오고 해가 쨍쨍했다 +_+










창 밖을 보다보면 느끼게 되는건 이곳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정말 땅이 넓다는 것이다.
아파트 같은 건 거의 없고, 비어있는(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땅도 무척 많으며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다. 그리고 여유롭다.
그렇게 취리히에 도착:) 아까 샤프하우젠에서와는 다르게 여유있게 역을 조금 둘러보기도 하면서 스위스가 이런 곳이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로모션 행사를 한다고 물휴지를 나눠주는데, 한국에서처럼 작은 걸 주는게 아니라 엄청 큰 걸 막 나눠줬다. 덕분에 로잔에 가서 잘 썼지만...ㅎㅎ





독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TGV도 볼 수 있었다. KTX랑 디자인이 비슷비슷...한 면도 많이 보였고(당연한거지만ㅋㅋ) 이걸 직접 보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무튼 이제 내가 탈 열차를 타고 자리를 잡았다. 아 그리고 유럽, 특히 스위스는 2층 열차가 엄청 흔한 것 같다. 우리나라 ITX 청춘처럼 단순히 2층인 게 아니라 한 객차에 탑승 할 수 있는 승객 숫자도 거의 2배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자리를 잡으니 내 앞에는 어떤 남자분이 계셨는데 신문을 읽고 계셨다. 2+2 마주보는 자리라서 나는 그냥 통로쪽에 앉았고, 캐리어를 안쪽에다 넣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남자분의 leg room을 뺏는 것 같아서 다시 뺐다. 그러고 그냥 괜찮다고 하는 얘기를 하며 그렇게 갔다.
그 아저씨는 Bern에서 내렸고, 인사도 해주면서 내렸다. 그치만 무척 시크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내 뒤쪽에 한국인 학생이 두명 있었는데.. 아마도 유레일 패스를 가진 사람인듯 했다. 인터라켄을 가려고 베른에서 기차를 갈아타는 듯 했고. 학기 중인데.. 저렇게 여행을 하는걸 보니 교환학생인가 그냥 여행하러 온건가 궁금하긴 했지만... 말을 걸어보진 않았다...ㅇㅇ
그 다음 Bern에서 타신 아저씨는 약간 나이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인상은 좋았지만, 한 마디도 안 해보고 같이 로잔에서 내렸다.
표 검사도 했는데, 이번에도 뭐 크게 이상하거나 그런거 없이 잘 된 것 같다.
그리고 독일이나 스위스 기차에서는 Ulm에서 샤프하우젠에 갈 때 같은 기차가 아니면 대부분 좌석에 콘센트가 있는 것 같다. 스위스 기차에선 스위스 콘센트에 맞춰 끼워야 했는데, 다행히 어댑터가 있어서 잘 쓸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독일을 넘나드는 기차의 경우에는 스위스용 콘센트와 독일용 콘센트가 모두 있었다.)











드디어 로잔 도착:)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가 보이지 않아서 당황해하다가 친구를 찾고, 전철 티켓을 사서 EPFL로 향했다. 근데 로잔 시내는 모두 한개의 zone인데, 로잔공대를 가려면 2zone티켓을 사야했다ㅠㅠ 역시 공대는 외곽으로 보내버리는 이런...
낯선 전철, 복선이 아닌 단선의 지하철을 보면서 헐 이건 뭐지? 하고 당황해하기도 하고 낯선 풍경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몇일 동안 로잔에 '거주'하면서 왜 그렇게 되어 있을까에 대한 이유들을 하나 둘씩 찾아갔지만 무튼 그때는 신기했다.
로잔공대에 도착해서 첫 인상은 역시 휑하다는 거였다. 번화가와는 단절된 곳이기도 하고..
로잔공대의 어트랙션(?)인 Rolex Learning Center에 갔다. 도서관 건물 치고는 신기하게 생겼는데.. 하늘에서 보면 치즈 모양이다! 바닥과 천장 모두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생겼고, 무척 넓다. 친구 말로는 짓는데 몇천억을 들였다고 하던데... 우리학교 도서관과 비교해보면 정말 엄청난 차이...



다들 엄청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뭔가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괜히 그렇게 된 듯한 느낌?ㅋㅋㅋㅋㅋ 그치만 난 피곤해서 빈백에 누워버렸다...ㅎㅎ
도서관 외에도 친구가 다니는 랩 건물도 구경해보고 강의실 구경도 해보고.. 이곳저곳 둘러보고 다시 Gare로 왔다. Gare에서 대중교통 1주일 티켓을 만들었다. 여기서 대중교통 1주일 티켓을 만드려면 사진이 필요한데, 사진을 안 붙이고 할 경우에는 본인 말고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진 없이 하면 좀 더 비싸고... 무튼 사진도 로잔역에 있는 기계에서 찍고 20시 30분에 닫는다는데, 그 시간에 거의 맞춰서 만들고 기숙사로 향했다.

로잔의 메트로 2호선은 경사를 가진 역이 상당히 많다. 찾아보니 최대 12%, 평균 5.7%라고 한다. 그래서 출발하거나 멈출때 약간 급정거, 급출발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런 경사 때문인지 2호선의 경우 바퀴가 일반 철로를 달리는 바퀴가 아니라 자동차처럼 타이어로 되어 있다. 또한 완전 무인 자동화가 되어 있다. 이처럼 평소에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전철 시스템이다.

전철에서 들리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고, prochain arrêt이라는 말이 무척 자주 들렸다. '다음 멈추는 곳은'이라는 뜻인데, 버스와 전철을 지겹도록 타면서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써있는 건 영어처럼 생겼지만 발음은 전부 프랑스어로 하는 거라서 발음이 전부 달랐다. 정말 그때 들었던 소리들은 머리 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로잔으로 움직이기, 그리고 첫 밤이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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