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로 학교에 다녀왔다.
첫째날, 둘째날도 행사가 있었고 약속은 학교 가기 하루 전날 밤에 급하게 잡은 점심 약속 뿐..
컨셉(?)은 숨바꼭질이 되었다. 약속은 거의 없었지만 내가 간다는 사실도 별로 알리지 않고 간지라 갑자기 사람들을 마주치면 '야 너 학교 와놓고 연락도 안하냐..'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되도록 아는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길 바랐다.
교환학생 갔을 때 핸드폰을 빌려주신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의 핸드폰도 같이 도난 당했던 지라..
너무 죄송해서 어쩌나 싶었는데 너무 너그롭게 받아주셔서.. 같이 세븐 스프링스에 가게 되었다. 재작년 쯤에도 한번 빕스에 가서 내가 사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 선배께는 밥 사달라는 말을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 대신 선배한테 밥 사드리는 좋은 후배...+_+ㅋㅋㅋㅋㅋ는 무슨...ㅋㅋ 어리광도 엄청 받아주시고 이래저래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든든하게 계셔주셔서 정말 받은 게 많다.
뭔가 많은 기억이 있는 그곳... 작년 봄에 샐러드 타령 하면서 사람들이랑 갔던 것도 생각나고, 회식할 때마다 자주 가곤 했었는데... 뭔가 점심시간에 남자 선배와 단 둘이 온 게 이상한 건 없었지만, 살짝 어색한 기분도 있었다.
학교에 돌아와서는 행사를 돕겠다고 잡화점에도 뛰어다니고, 선배의 말씀을 들어보니 어제 5시에 주무셨다고..
과방에서 기사를 열심히 쓰다가 이미 행사장에서 준비하는 분들이 있으시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12시쯤까지 있었다.
행사에 대한 소회는 길어질 것 같아서 언급은 하지 않고..
뭐랄까 정말 다들 대단했다고나 할까...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았고 원활하게 되지 않은 부분도 좀 있어서 아쉬운 점도 물론 있는데
적어도 그걸 해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꽤나 뿌듯했던 행사가 되지 않았나.
참가자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좋은 행사로 남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걸 해내는 사람들 스스로에게도 뿌듯했던,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역시 중요한 것 같다.
끝나고 나서.. 후원받은 커피가 꽤나 많이 남았고, 어떡할까 고민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그냥 버렸을텐데... 쪽문에 가서 나눠주자는 얘기가 나왔고 진짜로 그렇게 하게 됨......
쪽문에서 커피를 나눠주면서 아는 분들도 꽤 많이 만났고.. 심지어 교수님도...하하..
그리고 5시까지 이어진 자리에서는 참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 맞다. 전혀 의도가 없는 것들이었고,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다ㅋ
다음날.
작년초까지 보던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어린이 미사 시간에 맞춰 갔다.
기숙사에서 궁동까지 걸어가는 길이 참 길었다. 평소 같으면 빨리 걸으면 20분쯤이면 갈 걸를 거의 1시간 가까이 걷고 있었다. 3년 동안 매번 학교에서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고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올해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를 가로질러 나오는 길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사실 봄여름가을겨울을 항상 함께했던, 변화를 항상 눈으로 보았던 곳인데 그동안 느리게 변하느라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튼 어찌어찌 도착해서 갔더니 너무 낯설었다. 아는 아이들도 많지 않았고, 선생님들도 다 바뀌었고.. 너무 낯설어서 당황스러웠다. 거기 사는 아이들은 꾸준히 계속 나오는거라 생각했는데.. 아무튼 뭔가 좀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학교에 돌아와 또 무작정 걸었다.
나한테 길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도 내가 여기 학교에 다니긴 했구나.. 라는걸 느꼈다. 그리고 걸으면서 아는 사람들도 몇명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학교에 사람들이 별로 돌아다니질 않았다ㅠㅠ
그래서 첫째날의 숨바꼭질은 내가 숨어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둘째날의 숨바꼭질은 내가 술래가 되어 사람들을 찾으러 다니는 그런 입장처럼 느껴졌다.
동아리 행사. 휴학생이고 이번년도 회장단에게 내가 기여한 부분이 거의 없다. 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무튼 그런 점도 있고 해서 이번엔 마치 내가 졸업생인듯 편하게 보려고 생각했다. 일도 하나도 안 하고.. 근데 어쩔 수 없는 본능 때문인지 뒷정리를 도와주게 됨.....
사실 감흥도 그렇게 크진 않았다. 일부러 억누른 부분도 있지만, 그냥 작년 생각이 좀 났다. 대신 직접 한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이 되길 바랄뿐..
그러고 나서 있던 시간은 음.. 선배들이 많이 오신 건 아니었지만, 뭔가 사회에 나가고, 훌쩍 큰 상태에서 이렇게 학교에 돌아오셔서 만날 수 있다는 게 소중했다. 특히 95학번 선배는 사과도 직접 가져오시고, 특별한 기타도 가져오셔서 연주해주시고 같이 노래도 부르는데 정말 좋았다.
그리고 교수님이 손톱이 깨지고 피가 나는 투혼을 보여주며 기타를 연주하셨는데, 아침 7시까지 이어졌다. 작년 같았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사모님께서 1년간 미국에 가 계신 덕분에ㅋㅋ 밤새도록 계셔도 괜찮은 상황이라 더 재밌었다. 다만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학부생이 나 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휴학생이었다는 게 좀 아쉽긴 했다. 뭐 아쉽다고 하는 것도 사실 웃기지만..
저녁까지 있다가 오려던 계획을 바꿔서 그냥 오후에 집에 오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 잡았던 약속이 생각한 것과 달라진 것도 있었고 여러모로 민폐를 덜 끼쳐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양손에 든 가방이 무거웠지만 학교를 가로질러 동측까지 가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어떤 분이 계속 혼잣말을 엄청 크게 하시길래 내가 좀 참다가 바로 뒤에 오길래. "조용히 하시죠"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계속 주절거리셨다. 오히려 나한테 반박할까봐 그 뒤에 무슨 말을 할지도 다 생각해놓고 있었는데..
평소 같았으면 아무리 기차 시간에 여유가 많아도 전철에서 일찍 내리고 서둘러서 걸었을텐데 그러질 않았다. 느긋느긋:)
튀김소보*를 먹고 싶었지만 짐이 무거워서 줄을 서기 싫어서 그냥 부추빵과 초딩입맛에 맞는 빵 그리고 바나나맛우유를 샀다. 오늘 먹었던 첫 음식...
돌아오는 기차 안은 가득차있었다. 심지어 내 앞자리에는 열차를 잘못탄 사람이 오히려 자기 자리를 주장하고 앉는 바람에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잘못 탄 사람이 자기가 잘못한 것인줄도 모르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던 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분도 안타깝기도 했고. 근데 유럽처럼 좌석 지정제를 안 하고(지정시에 추가금을 내는) 운영하게 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기엔 한국이 너무 좁은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의 생각이 기차는 꼭 좌석이 지정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 때문인가 아니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인가. 시민의식 탓인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기차에선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고 산천 3차분(20편성)이라 그런지 좌석 시트도 새로웠고, 주행 자체도 안정적이었으며 천안아산을 넘어서니 비가 많이 왔다.
얘기를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이 조금 있었는데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근데 사실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할 수 없는 수십가지의 이유보다 그 일을 해야만 하는 본인만의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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