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끊는다는 일.

차라리 그냥 모른 채로 지나가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몸이 멀어져 자연히 멀어진 사람도 있고. 서로의 관계에서의 어긋남 때문도 있고.

내가 잘못을 했을 때도 있고. 뭐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그냥 가끔 소식을 보고 연락하던 일 밖에 없었고, 특별한 잘못을 한 것은 없었던 것 같고..

관계가 어긋날 일도 없었고, 조만간 볼 일이 생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나름의 연이 하나 끊겼다. 하긴 뭐 독일에서도 본 일이 그렇게 많진 않으니까 뭐.


어쩌면 좋았던 순간이라고 스스로 포장해 두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실 9월 말에 잠깐 한국에 들어왔던 분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독일에서 지낼 때 보았던 모습과 다른 느낌을 받아서 꽤나 낯설었는데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했던 그 순간.



결국 나도 잠깐 스쳐가는 이방인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 1-2명이라도 새롭게 잡을 수 있는 인연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듯 싶다.


by 빵끼 2013. 12. 2.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