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그래도 조금 있긴 한데, 먼저 연락을 하면 다 만나볼 수 있을텐데, 선뜻 먼저 연락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조만간 연락도 해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게 될 것 같긴 하다. 사실 이건 내가 4달 넘게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도 그런 영향을 준 것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덜 해졌다. 예전에는 항상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도 많이 있었고, 멀리서도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6개월 간 한국을 떠나있었던 것도 생각보다 컸고, 올해 초에 있었던 일 역시 그러하였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는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도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더 그랬던 것 같다. 여기에 재작년엔 여름에도 학교를 자주 왕래했었고, 2011년 가을학기부터 2012년 가을학기까지 방학 때에도 계속 학교에 있었다. 그러면서 그 이전의 방학 때보다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더 잦았고 그래서 딱히 외로움 같은 걸 느끼지 못하면서 오랜기간 동안 지내다가 갑자기 사람들과의 교류가 뚝 끊긴 채로 지냈고, 그렇게 지금까지 오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도 없고 사람들도 자주 안 만나다보니 사람들과 연락할 일이 없어졌다.
아 물론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오는 카카오톡의 단체채팅방의 메시지들이나 페이스북이나 다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그런 착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독일에서 생활하던 때에 가끔씩 연락해주시던 분들이 있었다. 참 감사한 분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분들께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연락해주시는 분들이 감사했었고, 멀리서도 기억해주고 얘기해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했었다. 그런데 대단히 안 좋은 일을 겪고 나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일을 겪었다는 걸 알고 걱정해주셨고, 위로해주셨고 참 많이 챙겨주셨다. 하지만 그런 감사함 속에서도 낯설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나의 생활은 내가 독일에서 만나던 사람들을 위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면 한국에 있던 사람들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귀국해서일까.. 오랜만에 만난 분들에게서 반가움도 물론 있었지만, 익숙함과 낯설음이 공존했다. 상대방은 대단히 반갑게 맞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 사람을 마주했을 때 실망감과 서운함을 보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어떤 친구와 남아있던 마지막 끈 하나가 끊어졌다. 더 이상 후회하지도 않고 별 느낌은 없는데, 그래도 가끔 마주하면 아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모르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한데.. 그래서 당분간은 보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끈을 잘랐다. 언젠가 그 마지막 남았던 끈 하나만이라도 다시 이어서 묶을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런 일이 생길 때, 먼 미래에 생각해도 될 문제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은채로 지내고 있다. 사실 얼마전에 만났던 선배가 얘기해줬던 것과 일치한다. 어떤 친구가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방에만 박혀있게 된다고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나도 좀 그렇게 된 것 같다. 외국에서 지내다보면 1인실에서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혼자 생활하는 게 너무나도 익숙해졌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약간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것 같다. 독일에서 지낼 때 참 감사한 분들이 많았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아무렇지 않게 지내게 된다는 게 너무 낯설다.. 여전히 서로 연락하는 것들은 보고 있는데 이제 그 안에 함께 할 수 없음 사이의 괴리감이랄까.. 그러면서 이곳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야 한다는 게. 그런 면에서 내가 8월에 했던 선택은 후회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휴학하고 하려던 일들조차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했는데, 다른 선택을 했던 것이 갑자기 꼬이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그 대신 내가 왜 그 일을 하려고 했는지, 그 일을 통해서 어떤 걸 얻을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긴 했다. 어제 가기로 했던 컨퍼런스도 안 가고, 다음주에 참석하기로 했던 포럼은 휴학생이라고 거절당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 하게 됐고, 대전에도 못 가게 되었다. 10월 들어서 이래저래 일이 많이 꼬였다ㅠ
그래도 10월이 좋다. :):) 나도 그렇지만, 내 주변에는 10월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그치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진 지금이 10월인가.. 라는 느낌은 별로 없다. 낙엽 떨어지는 거리도 걸어보고, 해지는 거리도 걸어보고 하면 좀 더 다가올까...:)
엊그제 태풍이 온다길래 문득 '10월에 눈이 내리면' 노래가 생각이 났다.
'10월에 태풍이 온다면'으로 제목을 바꾼다면 어떤 느낌일까.. 태풍... 생각만 해도 웃기다ㅋㅋ
페이스북에도 글 좀 그만 쓰고 가만히 있어야지.. 이러니 그런 소리를 듣지..
책임감을 가져야 할 일들도 잘 하고..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그런 위치에 서게 될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1년 전만 해도 그 위치에 오른 선배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위치에 와 있다. 참 놀라운 일이다.
2주 전 라이브로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가사도 참 편안하고 좋다.
늘상 하던 말들과는 다르게 안녕 안녕.
의미없이 지나치던 사람들과는 달리 안녕.
지금 내 옆에 넌 없어도, 안녕.
물고기 없는 연못에 낚시대를 던지던 아이
손가락이 굵어 피아노를 치게 되었고
연못에 물고기가 살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고
소년이 어른이 되고 연못은 늙어가고 우린, 만났고.
노래는 흥얼흥얼, 노을은 흥얼흥얼
떡볶이는 여섯개에 오백원
우리 세개씩 나눠 먹을까.
늘상 하던 말들과는 다르게 안녕 안녕.
의미없이 지나치던 사람들과는 달리 안녕.
무섭게 짖던 열네살때 멍멍이는 잘 있을까.
아직도 연못에 파란 물고기는 살고 있을까.
멋있어 흥얼흥얼, 귀여워 흥얼흥얼
떡볶이는 여섯개에 오백원
우리 세개씩 나눠 먹을까.
늘상 하던 말들과는 다르게 안녕 안녕.
의미없이 지나치던 사람들과는 달리 안녕.
지금 내 옆에 넌 없어도, 안녕.
- 순이네 담벼락 _ 떡볶이는 여섯개 오백원
그래도 10월에 눈이 내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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