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제대로 차려먹은 아침이다.

전날 야채와 토마토, 바나나를 산 관계로... 먹을거리가 좀 더 풍부해졌다.


그래서 소시지를 좀 써보기로 했다.


이건 전날 밤의 냉장고 모습ㅋㅋㅋㅋ

비록 재료들이 고급 재료는 아니지만... 달걀, 떠먹는 요구르트, 우유, 물, 샐러드 드레싱, 식빵, 잼, 버터, 참치, 소시지, 쌀, 토마토, 바나나, 양상추, 상추, 스파게티 면 등이 들어있다 우후

뭔가 이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났던 것 같다..



무튼 두번째 밥상은 샐러드와 소시지였다. 바나나와 토마토, 상추, 양상추를 적당히 섞어놓고 샐러드 드레싱을 뿌려서 먹었다. 또 하얀 소시지까지.

근데 양 조절에 실패했다.. 거의 2사람이 먹어야 할 양을 해버려서... 정말 배가 많이 불렀다ㅠㅠ 그래서 밥 먹고 garching campus에 놀러갔는데, 점심은 그냥 스킵했다ㅠ


무튼 생각보다는 만족스럽게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매번 똑같은 것만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런데 이제 뭘하지? 라는 고민과.. 뭔가 딱딱한 걸 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음식들이었다. 그래서 김치나 과자가 좀 떠올랐다.



by 빵끼 2013. 4. 7. 09:22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를 이곳에서 하고 있다.

바로 합창단.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서 성가대를 했었고, 음악시간에도 줄곧 칭찬도 많이 받고 성악을 하는 걸 좋아했었는데, 합창단에 들어갈 기회가 별로 없었다. 대학교에서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조금 후회되는 일.


하지만.

바로 지금 여기에서 하고 있다.


내가 살아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던 결정적 순간.



by 빵끼 2013. 4. 5. 11:06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해 먹은 아침이었던 것 같다.

2일에 입사해서 3일 아침은 굶었고.. 4일 아침도 제대로 안 먹었다ㅠ 왜냐하면 그날 내 방에 아침 7시부터 페인트칠을 하러 온다고 했던 날이었는데.. 전날 꿈자리도 상당히 안 좋았고, 1시간 간격으로 깼으며 그래서 아침을 먹을 수도 없었다.

아 그리고 그 전날 식기를 구매했었다. 그래서 그 전까지는 밖에서 먹거나 씨리얼과 우유를 그냥 먹었다.


그래서 5일 아침, 9시까지 메인 캠퍼스에 가야하는 날이었는데 6시 정도에 일어나서 밥을 먼저 하고, 계란 후라이를 만든 후 김을 꺼내서 조촐하게 밥을 먹었다.


직접 해 본 첫 밥이라서 일부러 흔적을 남겨두려고 했다.


여기에 와서 한국에서 먹는 밥 같은 밥을 먹는다는 게 스스로 감격스러웠고 한편으론 아쉽기도 했다....

그냥 뭔가 스스로가 대견(?)했다ㅋㅋㅋㅋ


앞으로 밥과 함께 먹을 반찬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했던 날이었다.




by 빵끼 2013. 4. 5. 09:13























by 빵끼 2013. 4. 2. 11:09
[#_mobile_location_#]


by 빵끼 2013. 4. 2. 06:13


















































by 빵끼 2013. 4. 1. 23:28

초콜릿 공장을 다녀온 다음 날. 토요일이기도 하고 


























































by 빵끼 2013. 3. 31. 17:56

29일. 이날은 예전에 두ㅈㅇ들과 함께 초콜릿 공장에 가자고 했던 날이었다. 머리 속에서 상상하던 초콜릿 공장의 모습과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겉모습이 달라서 한국에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안은 뭔가 다를거라 기대하며 가게 되었다.


RE 2613
10:42 Lausanne
11:13 Romont
RE 14228
11:23 Romont
11:42 Bulle
R 14965
12:12 Bulle
12:24 Broc-Fabrique

아침 9시쯤 됐을까.. 다른 방에 사는 ㅈㅇ에게 연락을 했다. 한 10분이나 20분쯤에 나가자고... 하지만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 미스 때문에 1시간 늦게 가게 되었다. 우리는 알아서 준비 다 했겠지.. 라고 생각했었고, 친구는 우리가 아직 안 일어나서 연락을 안 한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사실 둘 다 9시 42분 차를 탈 수 있을정도로 일어나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좀 더 일찍 갔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있었다...ㅎㅎ
무튼 10시 좀 넘어서 여유있게 로잔역에 가서 티켓을 사고 기차에 올랐다. 나 빼고 나머지 둘은 스위스 학교에 등록된 정규 학교 학생이라서 기차 50% 할인이 되고... 나는 그냥 제대로 모든 요금을 내고 탔다ㅠ 물론 기차에서 검표하는 건 case by case라서 안 걸릴 수도 있지만... 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말이 있듯 정직한 것이 괜히 두려움에 떨면서 다니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정직했음에도 최선이 아니었던 적이 있어서 그때 좀 많이 기분이 안 좋았지만..

로잔에서는 날씨가 그렇게 좋진 않았다. 비도 좀 오고... 그때 즈음 계속 날씨가 안 좋았다ㅠ 무튼 기차를 타고 출발해서 Romont로 향했다. Romont로 갈수록 눈발이 거세졌다. 30분쯤 지나서 Romont에 내리니 눈이 펑펑 내렸다. 그와 동시에 바깥 풍경은 뭔가 환상적이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Bulle로 향했다. 이번엔 20분 정도를 타고 도착했다. 역시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Bulle 역은 771.20m에 위치한다고 시계 아래 써있기도 했다. 환승 시간이 길어서 바깥에도 잠시 나가보았는데, 바깥 풍경은 스위스의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로잔이 있던 지역이 아니라 다른 주? 같은거라서 그런 측면에서의 차이점은 다소 있었다.


역 자체는 큰 규모의 역이 아님에도 깔끔했다.






이번에 탄 기차는 무궁화호보다도 더 낮은 등급.. 그냥 통근열차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이었고, 복선이 아닌 단선철도를 운행하는 노선이었다. 또한 1시간에 1대가 운행하는 그런 노선이었다.




아직 스위스의 철도 지도가 머리 속에 들어있지 않아서 어떤 모습인진 모르겠지만, Bulle에서 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다가 Broc-Fabrique로 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약 10분쯤 타고 가다보니 Broc-Fabrique에 도착했다. 여전히 눈은 펑펑 왔고.. 역 자체는 무인역이었으며 그저 쉴 공간이 조금 있고 플랫폼 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역이었다. 아 그리고 초콜릿 공장에 가는 열차라는데 사람도 얼마 없고 해서.. 부활절 휴일이라 공장 닫는거 아니냐고 불안해 하면서 도착했다. 한편으론 이렇게 사람 없고 날씨도 안 좋은데 우리 밖에 없는거 아니냐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사람들이 꽤나 많았고, 입장을 위해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들 기차타고 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보다ㅠㅠ 무튼 표를 사고... 점심시간이 되어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조금 둘러보다가 입장을 하게 되었다. 아 그리고 그 전에 보여준 짧은 영화 같은게 있었는데.. 내용이 좀 이상했다ㅋㅋㅋㅋ 근데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도 많이 오고 그러는 곳이다 보니 결말은 아이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났다...



무튼 입장! 설명 해주는 언어는 4-5가지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등... 처음엔 그게 직접 설명해주는 건 줄 알았지만......


그동안의 역사 같은 것들을 액자에 넣어서 입장할 때 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렇게 입장했는데.. 두둥.

직접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어떤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 맞다. 여수엑스포를 관람할 때도 그랬기도 했다. 누가 설명해주면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곳도 있었지만, 자동으로 시간에 맞춰서 설명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그랬었던...


뭔가 공장이라는 것 그리고 그 투어를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투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해주는 설명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대충 흘려들었다...ㅇㅇ






그냥 대충 처음에 초콜릿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카카오 같은 거 얘기를 하고, 그 이후에는 까이에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시작한다. 뭔가 자신들의 얘기가 좀 더 매력적이고 잘 다가갈 수 있게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서 다가간다는 것이 신기했고, 놀라웠다. 물론 그게 스토리를 만든건지 진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설명해주는 세션(?)이 끝나고 나서는 자율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초콜릿의 재료를 소개한 곳이었고, 카카오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카카오를 직접 만져봤을때 그 특유의 향이 있었는데.. 직접 까서 먹어보니 그 맛은 달랐다... 99% 초콜릿을 먹을 때의 느낌이 이렇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됐다.







다음은 간단하게나마 볼 수 있는 초콜릿 만드는 과정이다. 실제로 파는 다양한 초콜릿의 제조 과정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아니었고.. 작은 초콜릿의 제조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1자로 길게 뻗은 것이 있었고 그걸 잘라준 다음 냉각 과정 등등을 거쳐 거기에 또 무언가를 입히고 냉각하고 그것이 아래 보이는 로봇을 통해 1자로 배치되고, 자동으로 포장되어서 제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초콜릿을 직접 먹어볼 수도 있었다.






뭔가 로봇을 보니깐 괜히 기분이 좋았다ㅋㅋㅋㅋㅋ



그렇게 다 보고 나서 마지막 코너... 까이에 초콜릿 시식:) 우후ㅋㅋ 이걸 기다리며 물도 챙겨갔는데..

초콜릿이 정말 많았다.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을 '마음껏' 맛 볼 수 있었는데.. 우유가 들어간 것과 아닌 것도 비교하며 시식해 볼 수 있었고.. 정말 평소에 잘 안 먹는 걸 원없이 먹어본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즈음 되어서 더 이상 못 먹을 상태가 되었고 정말 맛있는게 많았지만...ㅠㅠ 흑ㅠ 초콜릿은 정말 지겨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ㅋㅋㅋㅋㅋ




나오면서 정면 샷도 한 방ㅋㅋ 눈이 많이 와서 눈 날리는 게 보인다ㅠ



다시 역으로 돌아가는 길... 시골이라 그런지 철길과 도로의 경계가 없는 채로 있다. 물론 이 곳이 외진 곳이기도 하고 열차가 그렇게 자주 다니는 지역이 아니라서 그렇긴 하지만... 심지어 전차선까지 저렇게 설치되어 있다는게 꽤나 놀라운 풍경이었다.


R 14974

15:36 Broc-Fabrique

15:59 Gruyères


이제 다시 로잔으로 바로 돌아갈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치즈 공장에도 가보기로 했다. Bulle까지 갔다가 Bulle에서 다시 그리에르로 가는 열차였다. 이때 Broc-Fabrique에서는 자판기 형태로만 기차표를 살 수 있었고, 역무원도 없었다. 그런데 표를 사고 거스름돈이 나와야하는데... 거스름돈 대신 이상한 카드가 나왔다. 이건 뭐지... 하고 당황해하다가 알고 보니 거스름돈이 그 카드에 충전되어서 나오는 형태였다. 이것도 뭔가 신선했다. 거스름돈을 무한정 저장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외진 곳에 위치한 역이라서 자주 가서 유지보수를 할 수 없는 곳인데.. 그렇게 카드에 돈을 저장하는 형태로 한다는게. 처음엔 이걸 어떻게 써야하나... 너무 당황해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너는 내가 가져보지도 못한 걸 가져보고 부럽다고...ㅋㅋㅋㅋㅋ 이런식으로 장난을 쳐서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기분이 나쁠 필요도 없었던게 다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었던 거였다... 물론 그 때 당시엔 이걸 내가 쓸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Bulle에 이렇게 잠시 들렀다가 그리에르로 간다.




그리에르에 도착.

역을 나오자 마자 바로 치즈 공장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이상한 냄새가 막 났는데... 사실 그때 들어갈때까지도 나는 치즈공장이라는 곳이 이곳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더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알고나니.. 그렇구나... 라는 생각과 지금까지 먹었던 치즈에선 이런 냄새가 안 났는데 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저렇게 치즈 보관된 장소를 보다가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결국 돈을 내고 입장했고, 입장할 때 치즈를 맛보라고 숙성 정도가 다른 3종류의 치즈도 같이 나눠줬다. 아 그리고 한국어로 된 스크립트도 나눠줬다.


처음엔 어떤 풀을 먹는지 이런 것들을 체험해 볼 수 있었고, 그 냄새도 각각 다 맡아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박물관에서는 이렇게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신기했다. 그래서 그게 여러가지 감각으로 공장을 즐길 수 있다고 한거였구나...라는 게 떠올랐다. 그러고 나서 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이 되어 있었고, 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실 일찍 왔으면 직접 그걸 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을거라는데.. 아쉽게도 늦게 가는 바람에 그저 영상으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관람하는 시간은 짧았고, 그렇게 나왔더니 기차가 1시간 간격으로 있어서 기차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다. 근처에 성이 있다길래 성을 갔다가 갈까 싶어서 물어보고 했지만 15분 정도 걸으면 되는데 5시에 닫는다고 했다. 날씨도 안 좋았고 해서 그냥 가기로 했다.


아 그리고 거기에서 어떤 사람이 나한테 성 갈거냐고 말을 걸었다. 나는 5시에 닫는다고 해서 못 갈 거 같다고 얘기를 했고, 그런것 같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뭔가 누군가 나한테 말을 걸었던게 처음이었던지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던 것도...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바깥 풍경을 한번 찍고... 이제 플랫폼에 가서 기차를 타려고 나섰다. 그렇게 기차를 타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R 14977

16:58 Gruyères

17:08 Bulle

R 14979

17:58 Gruyères

18:08 Bulle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나 포함해서 3명 중 1명이 Bulle로 가는 기차가 아니라 반대로 가는 기차를 타버린 것이다. Bulle로 가는 기차가 58분에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알고보니 59분에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기차도 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단선 철도이기 때문에 역에서 서로 기다린 다음 각자의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동시에 들어오는 듯 하다.

무튼 반대 방향으로 타버린 친구와 남겨진 둘. 사실 반대 방향으로 타게 된 친구도 잘못탔다는 걸 알고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내려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탈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열차 문은 닫히고 떠나버려서 정말 당황해했다. 더구나 그 친구는 오늘 핸드폰도 두고 온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시골에서 연락할 방법은 없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혹시 주위 사람들의 핸드폰을 빌려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페이스북 메시지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일단 1시간을 대책없이 기다리게 되자 나는 혼자 주위를 좀 둘러보기로 했다. 화장실도 갈겸해서 나갔다 오는 길에 근처 지도를 보니.. Bulle 반대방향으로 가는 기차는 터널을 지나서 가는 것이었다. 친구가 바로 다음 역에서 내린다는 가정 하에 걸어서 다음역까지 가볼까 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게 안될 것 같았다. 그 대신 그 역으로 가는 도로는 조금 뺑 돌아가는 도로라서 과연 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을까 의구심도 조금 들었다ㅠ 사실 그 친구가 다음역에서 바로 내렸으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하지만 다음역까지 기차가 이동하는 시간은 3-4분쯤. 기차로 3-4분 거리면 걸어가기에 충분한 거리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사이에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1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데 다음역까지 걸어가다가 만약 그 열차가 지나가버린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해야했고.


무튼 주위를 좀 걸어보았다. 스위스의 한적한 시골 풍경은 도시에서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더구나 눈도 오고 해서 그런지 더 한적했다.

이런 교회 같은 곳도 있었고... 사실 나도 들어가서 별 일 없이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와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때까지는 뭔가 그렇게 닫혀있는 공간을 함부로 문 열고 들어가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땐 정말로 간절했다.





그렇게 거의 1시간쯤 지나고.. 같이 그리에르 역에 있었던 친구와 나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만약 이 기차에 친구가 타고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여기에서 우리 둘이 또 다시 헤어지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친구를 찾으면 기차에 올라타라고 어떻게 수신호를 할 것인가 등등...


다행히 기차가 들어올 때 친구는 기차에 타고 있었고 무사히 다시 만나서 로잔으로 향했다. 친구가 기차에 타고 있다는 걸 확인할 때도 참 드라마틱했다. 친구가 쓴 털모자를 발견하는 걸 목표로 기차가 들어올 때 펄쩍펄쩍 뛰었다. 왜냐하면 기차 창문이 내 키보다 더 높은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잘 안 보였기 때문이다ㅠ


RE 14263

Bulle 18:20

Romont 18:37

RE 2636

Romont 18:47

Lausanne 19:18


돌아가는 기차에서는 그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 환승한 후에는 각자 따로 자리에 앉아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돌아왔다. 나도 내 나름대로의 기록을 하면서 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렇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이런 돌발상황이 생길 것에 대해서 대비해야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고.. 정말 여러모로 많은 깨달음과 즐거움을 주었던 날이었다. 그리고 정말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로잔에 돌아온 우리는 저녁으로 내가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볶음밥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직접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 나는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면서 만들다가 결국 친구들이 같이 도와줘서 만들었고, 그렇게 잘 만들어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많이 피곤했는지 금세 잠들어버렸다.



--

28일 저녁.

우리는 고기를 굽고, 상추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저녁을 먹었다. 정말 엄청난 밥상이었다.







그 이후 함께했던 딸기파티+_+

+ 치즈와 와인.


그리고 서로 나누던 많은 이야기..

이 날 역시 잊지 못할 날이었다.


29일 저녁


긴 여행에 지친 우리는 뭘 해먹을까 하다가 볶음밥을 해먹기로 했다.

나의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나선 볶음밥... 유럽에 와서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요리이기도 했고... 아빠 어디가에서 볶음밥 엄청 쉽게쉽게 하길래 엄청 간단할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ㅠ 2시간이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혼자 하던 중 친구가 와서 도와줘서 쉽게 할 수 있었다ㅎㅎ



겉모습은 괜찮아 보이는데!! 맛은 아무 맛이 없었다...ㅋㅋㅋ 나는 거기에 샐러드용 채소와 김가루 그리고 케찹을 뿌려서 마치 회덮밥처럼 해서 먹었다ㅋㅋㅋㅋㅋ 그래서 친구가 찍어준 사진ㅎㅎ



그렇게 밥을 먹고 방에 와서 곧 뻗었다.....


--

30일 새벽.

새벽에 친구가 스페인으로 떠난다고 했다. 하지만 초콜릿 공장의 여파로 일찍 잠들어버려서 밤을 불태우지 못하고.... 아예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헤어질뻔 했는데... 다행히 3시쯤?인가 잠에서 깼다. 친구가 2-3시쯤에 갈거라고 써놓은 글을 보고 처음에 아 이대로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직 가지 않았고 이제 막 나가려던 참이라고 했다. 반팔 반바지 입은 채로 담요를 두르고 덜덜 떨면서 친구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다시 돌아왔다.



늘 헤어짐의 순간은 아쉽다. 특히 교환학생 오기 직전에 사람들과 헤어지는 순간이 더 그랬다. 헤어지는 순간마다 아쉬움이 너무 가득한 채로 헤어졌다. 하지만 유럽에 처음와서 처음 맞이한 헤어짐의 순간엔 아쉬움이 가득할 뻔 했지만, 반전이 있었고. 그래서 그 아쉬움이 줄어들 수 있었다.


앞으로 맞이할 아쉬운 순간들은 좀 더 뿌듯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정적 순간의 기억.

by 빵끼 2013. 3. 31. 08:22

휴양도시라는 로잔. 작고 아담한 도시이면서도 전철도 갖추고 있고, 트램 같은 버스도 있고 여러모로 신기한 곳이었다.


28일.

친구가 만들어 준 파니니를 먹고 학교에 가는 친구와 함께 기숙사를 나섰다. 전철을 타고 Lausanne-Flon에서 친구는 1호선으로 갈아타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지도도 없이 무작정 걸었다. 자동차를 위한 다리가 여러 개의 아치 모양과 함께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그냥 걷기 시작했다. 왠지 안 위험할 것 같은 곳들을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무작정 걷다보니 높은 곳에 성당 같은 곳이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교회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하지만 한국에서도 성당은 '천주교회'이기도 하고, 똑같은 영어 단어인데 굳이 구분을 해야하나 싶긴 하다) 무튼 그곳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올라갔다.


바깥은 좀 화려했다. 예전에 지어진 건물과 현대적인 것을 합쳐놓은 느낌? 바깥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쭉 한바퀴를 돌아서 입구에 도착했다. 독일에서는 이틀 전에 혼자 아무렇게나 돌아다녀봤지만, 스위스에서는 처음이기도 하고, 말도 더 안 통할거란 생각 때문에 주위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경계하게 됐다. 괜히 뒤에 같이 걸어가는 사람이 나를 따라오는 건 아닐까 무서워하고..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좀 웃긴데 무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랑 거리를 유지하며 다녔다. 그곳이 높은 곳에 있어서 아래를 좀 내려다 보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부활절 직전이라 그런지 안에서 연습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들어가도 되는건가 싶기도 했고..


무튼 들어가보았는데.. 참 웅장하고 멋졌다. 하지만 아는 게 없으니...ㅎㅎㅎㅎㅎ













무튼 그렇게 나와서 근처에 있던 귀여운 극장 같은 것이 있길래 둘러보고 쭉 걸었다.



전철역이 나와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이번에 가게 된 곳은 Ouchy. 그 전에 Lausanne-Gare에 들려서 지도를 하나 받고 다시 Ouchy로 가는 전철을 탔다. 그런데 Gare 앞에서 어떤 사람이 막 니하오 이러면서 나한테 말을 거려고 했다. 아마도 관광지도를 들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런 사람들한텐 관심을 안 주는게 답인듯...



그렇게 도착한 Ouchy! 하지만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고, 바로 앞엔 안개가 자욱했다ㅠㅠ 비가 오는 날 호수를 보고 있자니 운치 있기도 했지만..... 그냥 주위를 둘러보다가 다시 전철을 타러 갔다ㅠㅠ 보이지 않는 알프스...ㅠ 헝
















다시 전철을 타고 Gare쪽으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한 정거장쯤 갔을까.. 왠지 그것보다 매 정거장마다 내리면서 그 주변을 돌아보고, 그렇게 로잔을 좀 더 알아가는 것도 좋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Ouchy 바로 다음 정거장인 Jordils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전철역은 열린 공간에 있었다. 





그렇게 무작정 걷기 시작했는데, 학교 같은 곳이 보였다. 어린 아이들이 엄청 많았고.. 신기했던 건 학교 내부 바닥이 울퉁불퉁하게 되어 있어서 그러한 어떤 단조롭지 않은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뛰어 놀고.. 그리고 유치원 같은 곳은 내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게 좋은건지 짧은 생각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공개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좀 더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이곳에서도 공사하는 곳이 꽤 많았다. 한국만 그런줄 알았는데.. 공사는 어느 곳이나 다 하는 것이었다..(!!ㅋㅋ) 다만 여기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신경쓴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이었다. 하수도 관 공사 같은 걸 하는 곳에서도 건물과 도로 사이의 임시 통로 같은 것을 만들어두었는데, 그 구조물이 꽤나 튼튼해보였고, 심지어 좌우로 펜스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무튼 비도 오고 공사까지 하고 있으니 뭔가 음..





좀 더 올라갔을까... Gare에 거의 도착해버렸다. 로잔의 전철역 간격은 한국에 비해 매우 짧았다. 걸어가도 될 정도였고, 심지어 호수에서 멀어질 수록 고도가 높아지는데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ㅠ

Gare 쪽으로 가니 미용실도 좀 있었고... Gare 안에 있는 화장실을 가고 싶었는데 유료 화장실이었다... 아 예전에 들었던 대로 유료인가보네.. 생각했는데- 이 의문은 나중에 친구와 얘기하며 풀렸다.- 조금만 더 참다가 새로 이동하는 곳에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무튼 이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지도에서 남서쪽 방향에 공원 같은 곳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일단 거기를 갔다가 거기보다 좀 더 남쪽에 있는 IOC 건물을 보러 가야겠다 생각하며 1번 버스를 탔다.

지도를 보니 종점에서 내려서 걸으면 되길래 무작정 종점까지 갔다. 로잔의 버스는 꽤나 쾌적했다. 독일과 비슷한 느낌? 트램처럼 천장 쪽에서 전선을 통해서 전력을 공급받긴 하는데... 그렇다고 트램이라고 하기는 애매했다. 아래에 선로가 없으니... 


무튼 종점에 다다라서 내렸는데... 주변이 너무 썰렁했다. 그냥 고속도로와 아무것도 없는 건물들.. 그리고 그냥 공원 같은 곳...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프랑스어를 모르기 때문에 또 무작정 걸었다. 입구에 다다르자 별다른 통제도 없었고, 돈을 내야한다는 것도 없었다. 다만 입구 근처에 꽃을 파는 곳이 있었다. 이건 뭐지 생각하며 들어섰는데 그냥 공원 같았다. 그런데 공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잘 정돈되어 있었고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래서 화장실을 잠시 들렸다가 다시 올라가보는데..... 알고보니 공동묘지였다. 묘지라고 해서 그렇게 분위기가 이상하고 그런 곳이 아니라 경건하고 한국에서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묘지였다.


예전에 10여년 전쯤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도 좀 났고... 비가 많이 오는데 어떤 젊은 사람이 꽃을 들고 어떤 묘로 가서 꽃을 드리고 오는 모습을 보고 조금 짠하기도 했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그냥 이렇게 계속 둘러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곧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원래 계획대로라면 CIO(IOC)를 가야하는데, 뭔가 위쪽에 흥미로워 보이는 것들이 막 있었다. 그리고 왠지 위쪽이 궁금하기도 했다. 시간도 좀 남고 해서 먼저 위쪽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막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었고 선생님도 같이 있는듯 했다.

어떤 자전거 주행 교육하는 장소? 같은 곳도 있었고... 좀 더 올라가니 놀이터도 있었다. 아마도 어린이집이 아닐까 추측하는데, 잘은 모르겠다ㅠ





그리고 어떤 건물의 옥상에는 이렇게 해시계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 건물에서는 무슨 전시를 하는 듯 했는데, 제대로 보지는 않고 그냥 올라왔다.




그렇게 계속 쭉 올라왔다. 중간중간에 어린 아이들이 모여서 놀던 장소도 있었고, 사람들도 많이 모여있고 했는데.. 어쨌든 위쪽으로 가니 전철역이 있다고 하길래 그냥 쭉 올라갔다.



전철 1호선은 아래 보이는 것처럼 단선철도인 곳이 많다. 심지어 이 역처럼 역까지 단선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래서 배차 간격을 더 줄일 수 없는 게 아닌가 싶고.. 이게 어쩌면 로잔처럼 작은 도시에 맞는 그런 설계가 아닐까 한다.


바로 다음역에 아무 생각없이 내렸다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열차를 오랫동안 기다려서 타고 그 다음역에서 다시 내렸다.


IOC를 가기 위해 다시 걸어나왔다. 사실 25번 버스를 타면 되는 거였는데, 버스가 안 온다길래 기다리는게 지루하기도 하고 해서 3-4 정거장 거리인데 일단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한 정거장을 가고, 다시 다음 정거장까지 갔을까 버스가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1정거장쯤 간 다음 내렸다.




정류장에서 내려서 좀 더 남쪽으로 걸으니 IOC가 나왔다. 뭔가 IOC가 맞나 싶긴 했는데... 맞는듯 했다.





그냥 이렇게 겉만 보는 것보다는 직접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아직 유럽에 온지 얼마 안되어서 용기도 안나고ㅠ 비도 오고 학교로 돌아가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바깥만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ㅠ



그렇게 주위를 돌던 중 이런 트랙이 있는 걸 발견했다. IOC 주변에 이런 트랙, 아니 산책로 같은걸 설치해 둔 것이다. 그리고 가다보면 각 spot에서 랜덤하게 예전에 올렸던 올림픽에 대한 정보를 간단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서울올림픽을 찾아보고자 약 6개쯤까지 가보았지만... 없었고ㅠ 결국 포기하고 돌아왔다ㅠ 그리고 놀라웠던 것 중에 하나는 이 주변에 많은 경기장들이 위치해있어서(건물이 화려하고 그런 경기장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쉽게 운동을 하러 올 수 있을만한?)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비치발리볼 경기장도 있었고, 야구장 같은 것도 있는 듯 했다. 물론 지금은 올림픽 종목이 아니지만..







이렇게 IOC 건물의 뒷모습까지.. 저렇게 테라스가 있는 걸 보면 옛날엔 저기서도 뭘 발표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ㅎㅎ




그리고 정말 로잔이 부러운 점 중에 하나는 바로 호수였다. 아니 유럽이 그렇다고 해야하나.. 호수가 정말 커서 마치 바다 같았다. 그래서 내륙에 있어도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그런게 정말 부러웠다. 그래도 여전히 비가 와서 알프스가 안 보인다는 건 아쉽지만ㅠ






그렇게 다시 버스타는 곳으로 북쪽으로 이동해서 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간 다음, 전철을 타고 EPFL로 향했다.







학교에는 1시가 좀 안 되어서 도착했다. 도서관에서 부모님과 통화도 하고, 친구를 기다리다가 친구를 만났다. 안 본지는 3개월 이상 된 듯 하고, 한국을 떠난지는 2달쯤 된 친구였는데.. 뭔가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많이 신기했다.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고, 익숙한 환경도 아닌데 익숙한 사람을 만난다는게...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한국에 계신 선배와 facetime도 같이 하면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친구가 와서 같이 기숙사로 향했다.



함께한 저녁(with 고기)과 딸기, 와인, 치즈 등등등... 그리고 함께한 이야기들.. 모든 것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날이었다.

by 빵끼 2013. 3. 29. 10:44

뮌헨에 도착하고 나서 하루를 지낸 후 기숙사 입사 전까지 로잔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래서 어떻게 가면 좋을까 고민을 했는데... 2가지 방법이 있었다.


1. 비행기 : 뮌헨 - 제네바 - 로잔 - 제네바 - 뮌헨

이 방법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 늦게 알아보기 시작한 탓인지 요금이 너무 비쌌다. 게다가 공항까지 가는 전철 요금도 문제였고, 제네바에 도착한 후 다시 기차를 타고 로잔까지 가야하며, 그 요금 또한 비싸다. 그리고 실질적인 이동 시간이 거의 5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 포기...

로잔에 공항이 있다고는 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민간 공항이 아니었다ㅠ 그냥 경비행기 정도 수용할 정도의 공항인 것 같았다...


2. 기차 : 뮌헨 - 로잔 - 뮌헨

기차는 한번 가는데에 7시간이 조금 안되는 정도의 시간을 가야했다. 실질 이동시간은 약 7시간 30분 정도.

유럽의 기차 시스템도 이용해볼겸, 바깥 풍경도 구겸할겸, 가격도 좀 더 싸고... 해서 기차를 타게 되었다.

하지만 로잔까지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최소 1번의 환승을 해야했는데, 갈 때는 3번이나 환승해야했다.


고속철로를 통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서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기차를 탄다는 것 때문에 기차로 결정했다.


27/03/2013

ICE 598

10:28 München Hbf

11:49 Ulm Hbf

IRE 3356

12:05 Ulm Hbf

14:14 Schaffhausen

IC 185

14:18 Schaffhausen

14:55 Zürich HB

IC 1528

15:04 Zürich HB

17:15 Lausanne

RE 3777

14:39 Schaffhausen

15:21 Zürich HB

IC 728

15:32 Zürich HB

17:40 Lausanne

--

어쨌든 출발.



10시 28분 기차라서 1시간 정도 여유 잡고 나와서 뮌헨역에 도착해서 기차에 탔다. ICE였는데, 조금 설레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쉼없이 자기가 가야할 곳을 향해 빠르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뭔가 웃기지만ㅋㅋ) 무튼 기차에 탔는데, 자리를 어디에 앉아야 되나 몰라서 좀 헤매기도 했고... 좌석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적혀있는게 아니라면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고 했던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나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좌석은 생각보다 안락했다. KTX보다도 좌석이 넓었고, 4인 좌석도 자연스럽게 있었고, 역방향 순방향이 자연스럽게 섞여있었다. 생각해보니 유럽은 터미널형 기차역이 많기도 하고, 기차의 방향이 바뀔 일이 많아서 그런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유로운듯 했다. 우리나라처럼 한 여정에서는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대부분인 환경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좌석에 콘센트도 잘 설치되어 있었는데, 절연구간이나 고속선 전환 구간에서 전력공급에 끊김이 없었다. 우리나라 열차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역시 독일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도 이건 ICE에만 적용되는 듯 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절연구간 같은 곳에서 전원이 끊겨서 노트북이 꺼졌다...ㅠ)

표를 확인하는 것도 특이했다. 인터넷 티켓이라서 바코드에 뭘 찍어보고, 내 신용카드를 확인했다. 그리고 티켓에 도장 같은걸 찍어줬다.

속도는 200km/h를 조금 넘다가 그 이후엔 그냥 100km/h대를 유지했다. 49분에 도착한다길래 여유있게 준비하려다가 46분에 도착하는 바람에 노트북으로 써야할 글들을 쓰다가 얼른 정리하고 내렸다.


역에서 환승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음 열차 출발까지 20분 정도 여유도 있었고, 환승통로가 길거나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샤프하우젠에서 열차가 와서 드디어 열차를 탔다. 그런데 열차를 타자마자 든 생각은 약간 무궁화호 느낌이었다. KTX를 타다가 갑자기 무궁화호를 탄 느낌이라 좌석의 모습이나 객실 내부가 너무도 초라해보였다. 이렇게 2시간을 어떻게 가나 좀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 그렇게 크게 나쁘지 않았다. 사실 ICE를 탔어도 그렇게 고속으로 달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속도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기차는 생각보다 거의 가득 찼고, 옆옆 자리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앉아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나 같은 경우엔 스위스까지 가기 위해서 타는 기차인데... 다들 어디를 가기 위해 이 기차를 타는걸까 생각도 하며 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역에서 내리고 탔다. 나는 그냥 멀리 가기 위해서 타는 거였는데.. 여기에 사는 사람들에겐 어찌보면 기차가 생활의 일부이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어떤 낭만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교통수단일 뿐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뭔가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가는 도중에는 이렇게 엄청 큰 호수의 모습도 여러번 보였다. 처음에는 와 바다다!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호수라는 걸 자각했다. 한국에서는 이런 규모의 호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뭔가 호수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다는 것도 낭만적이었고 멋졌다.





아까 옆옆 자리에 앉았다던 한국인과 그 앞에 계시는 어떤 분...의 모습.


사실 창문 밖 풍경이 내가 보는쪽과 완전히 달라서 뭔가 멋있는 그림을 기대하고 찍었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한쪽은 산이고, 반대쪽은 물이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기차가 10분 가량 지연되고 있었다. 샤프하우젠 역에서 4분만에 환승을 해야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하나 기차 안에서 계속 발만 동동 굴렀다.



그렇게 샤프하우젠 역에 정확히 10분이 지연된 상태로 도착했다. 일부러 우리 열차를 기다려주진 않았을까 기대하며 찾아봤지만 열차는 없었고... 이미 떠난듯 했다.

샤프하우젠은 독일에서 스위스로 국경을 막 넘은지 얼마 안되는 곳에 위치한 역이다. 안 그래도 독일에서도 독일어를 잘 못해서 말이 안 통하는데... 스위스에서는 프랑스어를 하는 사람도 많고 해서 대체 여기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나 고민했다ㅠ 역에 있는 작은 점포에서 물건을 파시는 아주머니께 영어를 하실 줄 아냐고 물어봤더니 못한다고 하고.. 당황해서 일단 취리히로 가는 다음 열차가 있는 플랫폼에 올라갔다. 약 10분 후에 출발하는 열차였다. 그냥 타도 되나 싶어서 탈까 했지만... 왠지 그냥 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역에 있는 인포센터 같은 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에도 어디에 있다는 정확한 안내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잠깐 역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아 이곳이 스위스구나.. 이렇게 스위스 아니 샤프하우젠 구경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했으나 얼른 찾으러 갔다. 역에 티켓 파는 곳 같은 곳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줄이 길었다ㅠ 나는 얼른 해야하는데... 어떡하나... 생각하며 말이 통한다면 앞사람들한테 말해서 먼저 해도 되냐고 할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던 찰나..

저 앞에 DB라고 써있는 게 보였다. 독일에서 기차표를 산 사람은 저기로 오면 된다는건가? 싶어서 가서 열차가 지연되어서 다음 열차를 놓쳤다라는 얘기를 하니 바로 다음 열차를 검색해서 종이를 뽑아주었다. 다음 열차가 4분 안에 출발한다고 서두르라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캐리어를 끌며 얼른 뛰어서 아까 봤던 다음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샤프하우젠 역ㅋㅋ



그리고 기차를 통해 가던 길의 풍경들.


독일 주변에선 눈이 오다가 그 이후에는 눈도 잘 안 오고 해가 쨍쨍했다 +_+














창 밖을 보다보면 느끼게 되는건 이곳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정말 땅이 넓다는 것이다.

아파트 같은 건 거의 없고, 비어있는(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땅도 무척 많으며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다. 그리고 여유롭다.



그렇게 취리히에 도착:) 아까 샤프하우젠에서와는 다르게 여유있게 역을 조금 둘러보기도 하면서 스위스가 이런 곳이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로모션 행사를 한다고 물휴지를 나눠주는데, 한국에서처럼 작은 걸 주는게 아니라 엄청 큰 걸 막 나눠줬다. 덕분에 로잔에 가서 잘 썼지만...ㅎㅎ







독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TGV도 볼 수 있었다. KTX랑 디자인이 비슷비슷...한 면도 많이 보였고(당연한거지만ㅋㅋ) 이걸 직접 보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무튼 이제 내가 탈 열차를 타고 자리를 잡았다. 아 그리고 유럽, 특히 스위스는 2층 열차가 엄청 흔한 것 같다. 우리나라 ITX 청춘처럼 단순히 2층인 게 아니라 한 객차에 탑승 할 수 있는 승객 숫자도 거의 2배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자리를 잡으니 내 앞에는 어떤 남자분이 계셨는데 신문을 읽고 계셨다. 2+2 마주보는 자리라서 나는 그냥 통로쪽에 앉았고, 캐리어를 안쪽에다 넣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남자분의 leg room을 뺏는 것 같아서 다시 뺐다. 그러고 그냥 괜찮다고 하는 얘기를 하며 그렇게 갔다.

그 아저씨는 Bern에서 내렸고, 인사도 해주면서 내렸다. 그치만 무척 시크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내 뒤쪽에 한국인 학생이 두명 있었는데.. 아마도 유레일 패스를 가진 사람인듯 했다. 인터라켄을 가려고 베른에서 기차를 갈아타는 듯 했고. 학기 중인데.. 저렇게 여행을 하는걸 보니 교환학생인가 그냥 여행하러 온건가 궁금하긴 했지만... 말을 걸어보진 않았다...ㅇㅇ

그 다음 Bern에서 타신 아저씨는 약간 나이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인상은 좋았지만, 한 마디도 안 해보고 같이 로잔에서 내렸다.


표 검사도 했는데, 이번에도 뭐 크게 이상하거나 그런거 없이 잘 된 것 같다.


그리고 독일이나 스위스 기차에서는 Ulm에서 샤프하우젠에 갈 때 같은 기차가 아니면 대부분 좌석에 콘센트가 있는 것 같다. 스위스 기차에선 스위스 콘센트에 맞춰 끼워야 했는데, 다행히 어댑터가 있어서 잘 쓸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독일을 넘나드는 기차의 경우에는 스위스용 콘센트와 독일용 콘센트가 모두 있었다.)














드디어 로잔 도착:)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가 보이지 않아서 당황해하다가 친구를 찾고, 전철 티켓을 사서 EPFL로 향했다. 근데 로잔 시내는 모두 한개의 zone인데, 로잔공대를 가려면 2zone티켓을 사야했다ㅠㅠ 역시 공대는 외곽으로 보내버리는 이런...


낯선 전철, 복선이 아닌 단선의 지하철을 보면서 헐 이건 뭐지? 하고 당황해하기도 하고 낯선 풍경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몇일 동안 로잔에 '거주'하면서 왜 그렇게 되어 있을까에 대한 이유들을 하나 둘씩 찾아갔지만 무튼 그때는 신기했다.


로잔공대에 도착해서 첫 인상은 역시 휑하다는 거였다. 번화가와는 단절된 곳이기도 하고..



로잔공대의 어트랙션(?)인 Rolex Learning Center에 갔다. 도서관 건물 치고는 신기하게 생겼는데.. 하늘에서 보면 치즈 모양이다! 바닥과 천장 모두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생겼고, 무척 넓다. 친구 말로는 짓는데 몇천억을 들였다고 하던데... 우리학교 도서관과 비교해보면 정말 엄청난 차이...





다들 엄청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뭔가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괜히 그렇게 된 듯한 느낌?ㅋㅋㅋㅋㅋ 그치만 난 피곤해서 빈백에 누워버렸다...ㅎㅎ


도서관 외에도 친구가 다니는 랩 건물도 구경해보고 강의실 구경도 해보고.. 이곳저곳 둘러보고 다시 Gare로 왔다. Gare에서 대중교통 1주일 티켓을 만들었다. 여기서 대중교통 1주일 티켓을 만드려면 사진이 필요한데, 사진을 안 붙이고 할 경우에는 본인 말고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진 없이 하면 좀 더 비싸고... 무튼 사진도 로잔역에 있는 기계에서 찍고 20시 30분에 닫는다는데, 그 시간에 거의 맞춰서 만들고 기숙사로 향했다.



로잔의 메트로 2호선은 경사를 가진 역이 상당히 많다. 찾아보니 최대 12%, 평균 5.7%라고 한다. 그래서 출발하거나 멈출때 약간 급정거, 급출발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런 경사 때문인지 2호선의 경우 바퀴가 일반 철로를 달리는 바퀴가 아니라 자동차처럼 타이어로 되어 있다. 또한 완전 무인 자동화가 되어 있다. 이처럼 평소에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전철 시스템이다.




전철에서 들리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고, prochain arrêt이라는 말이 무척 자주 들렸다. '다음 멈추는 곳은'이라는 뜻인데, 버스와 전철을 지겹도록 타면서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써있는 건 영어처럼 생겼지만 발음은 전부 프랑스어로 하는 거라서 발음이 전부 달랐다. 정말 그때 들었던 소리들은 머리 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로잔으로 움직이기, 그리고 첫 밤이 그렇게 끝났다.

by 빵끼 2013. 3. 28.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