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갑자기 과사무실에서 우편이 왔다며 찾아가라는 문자가 왔다.

뭐지? 내가 받을만한 우편이 없는데 하고.. 생각하며 다시 잤다. 그리고 뭘까 궁금해했다.

교환학생 갔던 학교에서 성적표를 나한테 직접 보낸건가? 아니면 예전에 내가 주소를 학과로 적어서 편지를 보냈을 때 그 답장이 설마 온 건가(예전에 내가 보낸 편지가 반송되는 바람에 학과로 간 적도 있었고)라는 생각.. 그냥 아마도 아카데믹한 것이겠지 라는 막연한 추측. 그냥 아무튼 뭔가 반가운 일이겠지라고 생각했다ㅋㅋ


연구실 가는 길에 스위스에서 보고 난 후에 10달만에 보는 친구도 마주쳤다. 그리고 건물 안에선 3년 전에 알고 지내지만 평소에 거의 못 뵙던 분들을 두 분이나 마주쳤고, 내가 인사했음에도 두 분 다 알아차리지 못하셨다... 음....

그리고 연구실 있는 건물에서 중학생 3명이 길을 잃었다며 식당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었다. 그런데 뭔가 되게 낯이 익은 아이들이었는데, 언제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점심시간이라 닫히기 직전의 과사에 갔더니 맨 위에 있던 카드. 해외에서 온 것 같았다. 근데 해외에 있는 친구한테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뭘까 했는데 예전에 본 것 같은 글씨체가 보였다ㅋㅋㅋㅋㅋㅋㅋ

어. 이게 뭐야.


1년 전에 학교에 잠깐 왔을 때 분명 재작년 12월 초에 보낸 카드인데 아직까지 안 왔다며 찾으러 다녔던 바로 그 카드였다. 그거 찾는답시고 원래 살던 기숙사와 편지가 분류되는 기숙사 그리고 문서수발실까지 가서 덴마크에서 온 건데 없어졌다고..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데...도 못 찾았던 그 카드였다. 다시 보니 2012년 12월 5일에 핀란드에서 보냈다고 찍혀있고 주소를 보니 뭔가 잘못되었다ㅋㅋㅋ 내가 살던 방이 아닌 다른 방 번호가 적혀있었던 것ㅋㅋ 410호에 살았는데 401호로 보내다니... 아 그때 당시의 내 주소도 제대로 모르다니 좀 실망스러웠다. 물론 그 당시엔 우편시스템을 탓했지만..ㅋㅋㅋㅋ 그리고 뭐 내용도 1년 후에 읽어도 아무렇지 않을 내용이긴 했다. 그냥 메리크리스마스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얘기ㅋㅋ



아무튼 뭔가 지난 1년 동안은 뭐하다가 갑자기 이제서야 나타난 건지 모르겠다. 참 신기한듯.. 1-2달만 있어도 금방 밝혀질 수 있는 문제였을텐데 왜 이제서야..  근데 아마도 내가 1년 동안 학교 기숙사에 살지 않은 탓인듯 하다. 보통은 새로운 기숙사방에 살게 되면 그 주소로 다시 적어서 전달이 되곤 한다. 하지만 1년 동안 없었으니 그냥 표류하고 또 표류하다가 학과사무실로...

아무튼 뭔가 이렇게라도 전달이 될 수 있어서 신기하고 다행이다 싶었다. 그냥 누군가에게 정성껏 무언가를 보냈는데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건 너무 아쉽잖아..

내가 독일에 있을 때도 한국에서 보냈다는 편지 여러 번 못 받았었고, 파리 가는 기차 안에서 정성껏 썼던 편지도 다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 날려버리고.. 그런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하지만 아마도 이 카드는 집에 가서 구석에 쳐박히게 될 것 같다ㅋㅋㅋㅋㅋ 아니면 없어지거나ㅋㅋㅋㅋ 그건 좀 미안하군..




뭐 이거 말고도 독일에 살던 주소로 우편물 하나가 잘못 간 게 있는데, 지난주부터 문의했었는데 오늘 한국으로 다시 보내준다는 메일을 받았다. 휴 다행이다..


아무튼 뭔가 이상한 날이다. 내가 못 받았던 것을 하나 처리했는데 그와 동시에 다른 사라진 것이 나타났다는 게 우연의 일치라지만 묘한 날이다. 편지를 누가 보냈느냐의 주체와는 상관없이. 뭐 물론 그렇게 대단한 확률은 아닌거란 걸 알고 있다.

by 빵끼 2014. 1. 14. 1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