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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21 서대문아트홀
지난 2012년 5월 27일. TEDxSeoul 행사가 서대문 아트홀에서 열렸다.
이전의 행사는 3번 모두 신촌 U-PLEX Jade Hall에서 열렸는데, 공간의 협소함 등의 이유로 다음번에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서 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1년 6개월 후에 열리게 된 행사는 서대문 아트홀이었다.
처음 거기를 가게 되었을 땐
대체 어딜까.
서대문구에서 운영하는 곳일까.
시설은 얼마나 좋을까.
등등등
좀 더 편리하고, 최신의 시설을 갖춘 곳이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갔었다. 티저 사진에서도 서대문역에서 코닿을 곳에 있다고 했고.. 뭔가 내가 알던 분들이 나으면 낫지 더 좋지 않은 장소를 잡진 않으셨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고 나서부터 산산조각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버스타고 학교를 오가다 보면 보이는 극장이 하나 있었다. 어릴 때 살았던 곳에서처럼 극장 입구 위에 인쇄된 포스터 대신 직접 색을 칠한 간판이 보이던 곳이었다. 그땐 서울에 저런 곳이 아직도 남아있다는게 그저 신기했고, 사실 그렇게 되어 있는 게 좀 무섭기도 했다.
아무튼 위치를 알게 되고 나서 설마 그곳인가.. 했는데 그곳이었다. 직접 색을 칠했던 간판의 자리에는 '어르신의 문화를 제발 지켜주세요'라고 쓰여져있었고, 그 글씨체 역시 그렇게 세련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부 역시 옛날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게다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게 되니 공간도 비좁았다. 그걸 보며 장소 섭외가 생각보다 잘못된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때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던게 참 후회된다ㅠㅠ 그래도 신문기사에 그나마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이내 곧 풀렸다.
서대문 아트홀은 옛날에는 화양극장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곳이며,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단관영화관이며, 노인들을 위한 실버영화관이었다. 그리고 철거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 왜냐하면 그 건물주가 건물을 매각했는데, 그곳을 허물고 호텔을 지을 예정이기 때문이란다.
서대문아트홀, 폐관 위기…서울 유일 '실버극장' 사라지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96&aid=0000176560
지금까지 다녔던 영화관 중에 그런 영화관은 없었다. 멀티플렉스에 아무렇지 않게 가고, 어차피 다른 관에서 상영하는 것들은 내가 볼 영화도 아니고.. 그냥 영화관에서 편한 좌석에서 영화만 잘 보고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달랐다. 오직 하나의 영화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또한 옛날의 영화관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고, 무대도 잘 갖추어져 있었으며 영화와 관람하는 사람이 소통을 더 잘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이 영상은 당시 TEDxSeoul 행사 때에 서대문아트홀 대표님의 Talk이다.)
좋은 위치에 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옛날부터 이어져왔던 것을 파괴한다는 것, 특히 실버세대의 문화가 남아있는 곳을 없애버린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흔한 일이기도 하다. 외국의 거리를 보면 옛 것들이 많이 남아있고, 그것들이 현대에 지은 것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그 도시가 견뎌온 세월을 말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옛날의 가치보다는 개발에 따른 이익이 우선시 되며, 무조건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그런 측면에서 빠르고 편하고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건물주에게도 오히려 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TEDxSeoul 행사가 끝나고 약 1달 반이 지났을까.
굿바이 서대문 아트홀, 48년만에 폐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4603276
그 기사를 끝으로 결국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뎌온 그 건물은 그렇게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흙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던 2013년 3월.
오랜만에 그 길을 지나다가 생각나서 가보았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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