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Januar] 학교 아이덴티티 공청회.
작년부터 시작된 아이덴티티 개편 작업이 이제 슬슬 표면화되어가고 있나보다했다.
교환학생 가 있을 때 독일에서 설문조사 하나하나 로고 봐 가면서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갑자기 학교에서 새로운 아이덴티티라며 2가지 시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둘다 너무 별로인 거다.
아이덴티티가 가져야 하는 우리 학교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졸업한지 1년도 넘은 졸업하신 산디과 박사 선배께서 미국에서 그걸 패러디해서 올리셨을까...
아무튼 요 며칠 사이 격론의 장이 펼쳐졌고..
오늘 오후 2시 공청회가 열렸다.
그냥 단순히 시안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의견을 많이 받을 줄 알았는데 거의 50분 가까이를 설명하는 데에 할애했다.
(물론 그래서 90분 가량 진행되었다) 어떤 배경에서 바꾸게 되었고 외부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등.
1. 디자인하는 쪽에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 아직 학교의 핵심가치 재정립이 이뤄지는 중이었고 따라서 전략을 가지고 한 것이라기보다 이제 전략을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전략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했는데 변명을 한듯..
2. 최종 후보 시안은 24개 정도고, 그 중에서도 6개로 압축되었고, 그 중에서도 2개로 압축된 것이 클라이언트인 '학교'에서 정한 것이라고 한다. 24개 중엔 지금보다 나은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물론 오히려 더 퇴보한 것들도 적지 않았다...
(산세리프-세리프 부분 적용이라던가--)
3. 약 이틀 동안 시행한 설문조사, 응답한 사람 1600여명.
1번 안으로 하자는 사람 약 3%, 2번 안으로 하자는 사람도 약 4%
1,2번 모두 안되지만 바꾸자 41%, 기존대로 하자 약 51%
하지만 일반적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때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는 응답이 자연히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약 40% 이상 정도가 찬성하면 보통 무리없이 바꾸는 것을 추진한다고. 게다가 지금의 아이덴티티는 만들어진지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좀 더 현대적인 느낌으로 바꾸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된 모습을 보면 현재의 아이덴티티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20년이 지나도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니.
4. 산디과 대학원생들의 분노가 많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그리고 우리 팀 디자이너 분들도 짱짱..
나도 이 시안들을 만든 디자이너가 그냥 외부의 이미지, 학교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 채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공청회에 온 선배들이 그런 부분을 잘 지적해주셨다. 왜 우리가 새벽까지 연구실에 있다가 기숙사에 가는지, 그동안 이 시안 작업을 하면서 학교에 당일치기 출장만 몇번 와봤는지, 인터뷰 하는 것 말고도 여러 날 지내면서 생활을 해보긴 했는지.
클라이언트의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고 다른 학교와 핵심 가치는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학교와 가지는 차별성,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그러한 점이나 기존에 가지던 이미지에 대한 철학이 부족한 것 같다.
단적인 예로 포스텍이 붉은 계열의 UI를 사용하는데 지금 후보 군에는 붉은 계열도 상당히 많이 있다. 카포전도 하는 사이인데 우리가 붉은 계열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버리는 것이 아닌가. 만약 연세대와 고려대가 서로의 색을 바꾼다면?
우리가 다른 학교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고 우리만의 독특한 것을 하면 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디자인이던 기존에 존재하는 것과 유사하게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특히 그것이 유사업종이라면.
5. 오** 대외부총장과 회사 관계자는 학생들의 참여가 없었던 것에 대해서 의도적 배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소통이 부족해서, 설명이 부족해서 거부감을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틀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을 보았고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것이다. 산디과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것은 소통의 문제가 아니다. 철학이 없고, 전략이 없고, 진지한 고려가 되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이제부터라도 학생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다. 특히 오늘 온 사람들 중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가라며.
공청회에 참여하신 전산학과 문** 교수님은 트위터에 글도 쓰셨던데, 브랜드위원회에 직접 참여하신 당사자로써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오는 길에 이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산디과 교수님과 산디과 선배가 얘기한 걸 듣는데 이 회사가 이런 일을 많이 한 회사고,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뭐 그냥 대충 재탕하고 그런 것 같다고. 그리고 오늘 이렇게 많이 비판받아서 앞으로 잘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되신다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꽤 재밌어질 것 같다ㅎㅎ 그리고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아무튼 우리팀 디자이너 짱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