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기억

생각이 나서

빵끼 2013. 3. 10. 10:13
한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되면, 사랑을 할 수도 없고 사랑을 안 할 수도 없게 된다.
한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되면 그의 손을 잡고 미래로 걸어 나갈 수도 없고, 혼자 내버려두고 뒤돌아갈 수도 없게 된다.
한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되면, 알면서 모른 척하고 모르면서 아는 척 하게 된다.
이것이 제1의 딜레마.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하다가도 누군가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나는 '저런'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나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다가도, 누군가 나를 제대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휘장을 내리고 달아나고 싶어진다.
이것이 제2의 딜레마.

- 황경신, '생각이 나서'